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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를 외우는 손녀 손녀가 드디어 주기율표를 외웠다. 손녀가 초등학교 1학년 중반쯤 되었을 때, 일주일에 한 번 위례에 있는 무소와 문장 학원에 다녔다. 학원이 끝나면 집까지 걸어오곤 했는데, 그때 우리는 가끔 끝말잇기를 하며 걸어왔다. 게임의 규칙은 늘 손녀가 정했다. 하고 싶은 대로 정하면 나는 그대로 맞춰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도 한 번 게임을 제시하고 싶다고 했다. 외우기 놀이를 해 보자고 하며 주기율표를 하나씩 외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녀가 재미없다고 했다. 자기가 모르는 것이라며 그냥 끝말잇기를 하자고 했다. 그래서 알겠다고 하면서도, 끝말잇기를 하다가 한 번씩 할머니 게임인 외우기를 하자고 했다. 그 후 그렇게 조금씩 외우기 시작했다. 손녀가 물었다. “할머니는 왜 수소, 헬륨 같은 걸 외우려고 .. 2026. 3. 13.
(5) 새벽 이슬 새벽이슬 새벽 이슬이 살포시 내려 어느새 이 많은 풀잎 위에 방울방울 진주구슬을 곱게 꿰어 놓고 갔을까. 아뿔사, 그 순간을 꼭 보고 싶었는데 나는 또 그 기척도 모른 채 긴 잠에 잠겨 있었구나. 내일은 졸린 눈을 힘껏 밀어내고 따스한 햇살이 풀잎 사이로 번져 들 때 살며시 나가 살펴보려 했는데, 어쩌나, 소슬바람이 지나가며 이슬 머금은 진주구슬을 모두 거두어 가버렸네.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 내일은 다시 찾아볼게. 어디에 있든지 너는 분명 반짝이며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2026. 3. 8.
(3) 이슬이 스쳐간 자리 풀잎 위의 이슬 풀잎마다 머금은 이슬이 아롱지는 아침, 자연은 오늘도 변함없이 푸르름을 선사한다. 그러나 사람의 삶은 그렇지 않다.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 흔적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그리움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왜 그렇게 살아야 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그리고 그 기억 속에는 가슴 저리는 상처처럼 쉽게 아물지 않는 흔적도 함께 남는다. 내 어머니는 전라북도 김제의 바닷가에서 멀지 않은 마을에서 자랐다. 부엌 바닥 틈 사이로 작은 게들이 들락거리던, 바다 냄새가 스며 있던 곳이었다. 어머니 아래로는 네 명의 남동생과 한 명의 여동생이 있었다. 어린 시절 가갸거겨를 배우며 글을 익히던 중이었지만, ‘여자는 더 배울 필요 없다’는 말 한마디에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다. 그 시절의 지독한 .. 2026. 3. 6.
(2) 외할머니와 옛날이야기 볼품없는 동아줄이야기‘대쪽 같다’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 나의 외할머니는 엄마보다 예순한 해를 더 살다 가신 분이다. 곧고 단단했으며, 옳다고 믿는 일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어린 내 눈에도 외할머니는 휘어지지 않는 대나무 같았다. 외할머니가 우리 집에 오시는 날이면 집 안 공기가 달라졌다. 괜히 말소리가 낮아지고,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졌다. 그중에서도 엄마의 긴장은 유독 또렷했다. 엄마는 아들 넷, 딸 둘 중 막내였다. 친정어머니였지만, 외할머니가 오시면 며칠씩 논쟁이 이어졌다. 어린 나는 그 뜻을 다 알지 못했지만, 두 사람 사이의 팽팽한 기류만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치열했던 것은 종교 문제였다. 외할머니는 독실한 그리스도인이었다. 전도하기, 성경 읽기, 철야기도, 새벽기도.. 2026. 3. 3.
(1) 기와집과 백일잔치 (1) 내동생에게 부치는 편지 맑게 개인 가을날이었다. 창을 스치는 햇살이 유난히 투명해 눈을 뜨는 순간,마음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어, 꿈인가? 그렇다면 나는 아직 어린 시절의 나일까. 엄마도, 아빠도, 언니도, 동생도 모두 그대로 있고,그토록 소원하던 남동생도 품에 안겨 있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일까. 엄마가 우리 형제의 단단한 울타리가 되어 서 있던 시간이라면,이보다 더 기쁜 순간이 또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꿈은 곧 깨지고, 환한 가을 햇살은 이내 차갑게 식었다. 그날은 웃어야 할 날이 아니라 울어야 할 날, 엄마의 마지막 시간이었던 것이다. 우리 집은 고대광실의 부자는 아니었지만, 부족함 없이 살 수 있는 형편이었다. 장손이었던 아버지는 할아버지께 물려받은 논과.. 2026. 3. 3.
파크 골프와 친구 하기 1, 파크골프, 나이 들어도 함께할 수 있는 즐거움 나이가 들어가면 점점 힘이 달리고,여기저기 몸이 아파서 예전처럼 활발하게 운동하기가 어려워진다. 한때는 잘하던 체육활동도 자연스레 뜸해지고,성격도 취미도 조금씩 바뀌게 된다. ‘과연 골프는 몇 살까지 할 수 있을까?’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물론 평생 즐기면 좋겠지만, 현실은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골프를 접어야 하는 시점이 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그럴 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운동으로 ‘파크골프’가 있다는 것이 반갑다. 라켓도 두세 개 정도면 충분하여 취미생활로 이어가기에 비용 부담이 적다. 한창 골프에 빠져 즐기던 남편도 허리 수술 후에는 골프를 예전처럼 즐기지 못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골프에 대한 미련이 남았는지, 띄엄띄엄 골프장을 다녀오곤.. 2025. 4. 26.
성적 우수 장학금 받아 보다. 살다 보니 내게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는지,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수 없는 일이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은 내게 주어진 또 하나의 선물처럼 느껴진다.사실 나는 특별히 두뇌가 뛰어난 편이 아니다.만약 더 명석했다면, 아마 좀 더 일찍 나의 삶을 개척하고,나 자신을 위해, 또 남을 위해 살아가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그러나 나는 그런 삶을 살지 못했다.인생의 끝이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평생 묻어두었던 학문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게 되어 무척 좋고 공부하는 것이 이렇게 재밌을 줄 몰랐다.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이 함께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여러 사람에게 공부하자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모든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2023년은 중졸 .. 2025. 1. 19.
시간의 흔적 운명의 수레바퀴는 다양한 흔적을 남기며 지나간다.지난 세월의 무게 속에서 삶의 희로애락이 새겨지고,한숨을 내쉬며 뒤를 돌아보니,이미 잡을 수 없는 아쉬움으로 가득한 흔적들만 남아 있다.우리는 내일을 알 수 없는 여정을 살아가지만,기쁨도 슬픔도 결국에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모두 흩어져 사라진다."아, 소중한 날들이었구나"라고 느낄 즈음에야비로소 시간을 아끼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하지만,인간은 유한한 존재임을 다시금 깨닫는다.그렇게 주어진 시간을 체득하며,오늘이라는 하루를 담담히 지나간다.2025년은 쉼 없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손녀와 함께한 시간오늘은 위례 호수공원을 다녀왔다. 공원은 여전히 트램 설치 공사로 어수선하지만,손녀와 함께 걷는 길은 늘 즐겁다. 초등학교 1학년인 손녀는 걸어서 이동하는.. 2024. 12. 31.